제목이 호랑의 눈이라니

 

주디 블룸의 소설은 처음이다. 하지만 제목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읽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 별처럼 떠 있는 호랑이의 눈을 말하는 걸까? 왜 호랑이일까? 데이비가 울프를 만나, 자기를 타이거로 소개하면서 등장하는 ‘호랑이’ 하지만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자 했던 데이비의 몸부림이 마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시력보다 6배나 좋아지는 호랑이의 눈과 묘하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누구나 금세 술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 아주 천천히 읽었다. 데이비의 마음을, 데이비가 처한 환경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삶은 고통과 슬픔을 먹고 산다

 

일상의 평화가 깨지는 건 순식간이다. 데이비와 제이슨이 하루아침에 아빠를 강도의 총에 잃은 상황이 그렇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고, 아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고, 어쩌면 그 가족에겐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됐든 그 일은 일어났고, 그의 가족은 그렇게 남겨졌다. 가족을 잃는다는 게 어떤 일일까. 데이비는 15살, 어린 나이에, 작별 인사도 할 시간 없이 아빠를 잃었다. 이것은 어쩌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일 것이다. 작별의 인사가 있는 작별이 덜 슬플 리 없다. 어쨌뜬 남은 사람들은 그 삶이 조금 더 고통스럽고 슬프더라도 결국은 살아가게 된다. 데이비가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보면 데이비의 방황, 위험한 일을 찾아나서는 예를 들어 스키를 배우고 싶다거나, 협곡을 오르내리거나,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거나! 하나 같이 위험한 일을 수반하는 이 일이 그녀의 가족을 잠시 돌봐주고 있는 고모와 고모부에겐 위험천만한 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자신의 슬픔을 끌어내는 데이비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어둠 속에서도 번뜩이는 눈으로 진실을 보고 싶어 하는 소녀.. 호랑아의 눈을 가진 데이비 말이다.

 

데이비가 뛰쳐나온 상실의 시대

 

소설을 읽다 보면 상실의 데이비를 만날 수 있다. 아버지를 잃고 며칠 째 음식도 거부하고, 잠만 자고, 씻지도 않고, 무기력한 데이비. 그만큼 아빠가 소중한 사람이었구나. 그녀의 엄마조차 남편을 잃은 갑작스러운 상실에 제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어린 제이슨은 아버지의 부재를 어렴풋이 느끼곤 있지만, 데이비보단 천진난만하다. 하지만 아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울컥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어린 애야, 싶다가도 차라리 데이비처럼 분노든, 화든, 삐뚤어진 마음으로든 표현하는 게 제이슨을 위해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종종 든다. 무엇보다 나는 있는 힘껏 슬퍼하고 애도하는 데이비의 엄마, 데이비가 좋았다. 슬픔은 참는 거라든지, 슬픔은 안 좋은 거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래도 그 슬픔 받아들이고, 충분히 슬퍼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아마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그런 과정이 데이비가 아빠에게 일어난 사고를 친구에게 얼버무리다가 나중엔 솔직하게 얘기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인상적이다. 결국은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고야 마는, 그 시간이 그렇게 결코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해서.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로 오디션을 보고, 그 오디션 합격, 성공적인 무대로 슬픔을 막 뛰쳐나온 데이비를 보는 과정은 꽤나 흥미진진했다. 잘하고 있어! 데이비!

 

우리는 내 눈 속 깊은 슬픔을 봐 줄 사람을 기다린다

 

정말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결국 같은 슬픔을 공유한 사람들끼리는 그 슬픔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데이비와 울프처럼. (사실 울프가 데이비가 자원봉사를 하는 아저씨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하아, 세상이 왜 이렇게 좁지? 하고 사실 아주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나는 아주 단순한 데이비의 행동만으로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주는 울프가 좋았다. 나 슬퍼, 내가 아버지를 잃었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는 사람.
데이비의 눈 속에 슬픔을 알아봐준 사람. 나는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 중, 나의 슬픔을 알아봐 준 바로 그 한 사람이 절망에 빠진 데이비의 희망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울분과 분노를 품고 있었을 데이비가, 호랑이의 눈을 가진 데이비가 좀 더 용기 있게, 그리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힘든 시련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던 이 멋진 소녀를 만나 정말 즐거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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